“파이란(Failan)”
개봉: 2001.04.28
장르: 멜로, 로맨스
국가: 한국
시간: 116분
감독 : 송해성
출언 : 강재(최민식), 파이란/강백란(장백지), 용식(손병호), 경수(공형진), 간성소장(민경진), 세탁소 아줌마(김지영), 똘마니1(장유상), 똘마니2(지대한), 똘마니3(손병희), 오락실 주인(김영) 등.
1. 가슴 먹먹한 슬픈 멜로 영화 파이란
“파이란(2001/2021)은, 여주인공 홍콩 여배우 ‘백란’의 중국식 이름으로 “철도원”으로 유명한 일본의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 “러브레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2021년에 재개봉 되었고, 최고의 비극영화로 손꼽히며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는 멜로 영화이다.
또한, 짜임새 있는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 거기에 배우들의 명품연기가 더해져 영화의 완성도를 극대화한 작품으로, 39회 대종상영화제(감독상), 4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관객상), 22회 청룡영화상(감독상, 남우주연상), 2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조직의 보스 용식(손병호)과 강재(최민식)는 친구이지만, 보스인 용식에 비해 강재는 주변 조직원들에게 무시만 당하는 찬밥신세 삼류건달이며, 동생 같은 경수(공형진)와 불법 비디오를 유통하고 상인들을 괴롭히며 어떤 희망도 없이 한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그의 앞날에 어떤 사건들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2. 영화 파이란 줄거리 및 결말 정보
화면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보여주는 구도이다. 첫 화면은 어느 날 ‘파이란’, 즉 ‘강백란(장백지)’가 한국에 도착하고 1년이 지난 시점을 보여준다. 열흘간 구류된 후 풀려난 강재가 동네 오락실 사람들을 상대로 행패를 부리는 장면이 보이고, 조직원 보스인 용식이 차를 타고 나타나 강재는 이유 없는 폭행을 저지르며, 비디오 일 대신 클럽 삐끼나 하라는 지시를 한다. 용식은 상대 조직의 힘이 커지자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태이고, 강재는 후배들과 수금을 나가지만 오히려 후배들이 싸움을 걸어와 다투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용식은 강재를 무자비하게 폭행한다.
그리고 경쟁 조직원이 자신의 업소에 찾아온 것에 격분해 그를 살해하게 되고 강재는 시체유기를 돕게 된다. 강에 버린 시신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경찰의 수사망은 좁혀오고 용식은 자기대신 강재에게 자수해 줄 것을 부탁한다. 강재에게 용식은 조직을 위해 죄값을 대신 치러주면 평소 강재의 꿈이었던 낚시 배 한 척의 값을 주겠다며 약속한다. 강재 역시 자신도 엉망인 인생이니 십여년 교도소 생활로 자기 꿈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나쁠 것도 없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얼마 후, 갑자기 경찰이 강재를 찾아온다. 어차피 큰 돈도 벌고 자수도 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뜻밖의 아내의 사망과, 장례문제를 알리기 위해 온 것이었다. 강재는 1년 전 인력사무소를 통해 중국 여성 ‘파이란’, 즉 ‘강백란(장백지)’과 위장결혼을 한 사실을 기억해낸다. 서류상 남편이 된 그는 자수에 앞서 장례를 치르기 위해 경수와 함께 파이란이 보낸 편지를 통해 주소를 알아내고 강원도를 향한다. 그녀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이모를 찾아 한국에 왔다. 하지만 이모는 이미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버렸고, 오갈 데 없는 그녀는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강재와 위장결혼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술집에 팔기로 했으나 술집에 도착한 그녀는 입을 깨물어 피를 토하는 연기로 위기를 넘기고 강원도의 작은 세탁소로 가게 된다.
의외로, 세탁일을 잘 해내는 파이란은, 비록 서류상이지만 고마운 마음에 강재의 사진을 놓고 그를 기다린다. 인력 사무소에서 결혼선물이라고 생각없이 던져준 빨간 목도리를 간직하며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강재를 보기위해 비디오 가게 앞을 찾아 유리창 너머로 강재의 웃는 모습을 훔쳐 보다, 창문을 열고 들어서려던 순간 갑자기 경찰차가 와서 강재를 연행해 버린다. 두 사람은 만나지도 못한 채 강재의 얼굴만 보고 돌아서야만 했었다.
세탁소에서 ‘인간 세탁기’라 불릴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던 그녀가, 바이러스성 급성 간염이라는 중병에 걸려 피까지 토하는 파이란은,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강재를 그리워하는 편지를 써서 서랍에 간직하고, 결국 죽음을 맞은 것이다. 마치 꽃과 잎이 다른 시기에 피어나 만날 수 없는 상사화(相思花)와 같은 운명의 두 사람. 강재는 장례를 치르고 유골함을 들고 인천 앞 바다로 가서 그녀가 남긴 편지를 읽으며 오열한다. 다시 그녀가 살던 집을 찾았을 때, 세탁소 주인은 늦게 나타난 강재를 원망하며 또 한 통의 편지를 건네준다. 거기에는 “결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보고 싶습니다”라 적혀 있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준 파이란이다.
한편,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강재는, 용식을 만나 대신 교도소에 들어가겠다던 약속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한 후, 경수의 집으로 돌아와 시골에 내려갈 짐을 싼다. 그리고 잠깐 경수가 밖을 나간 사이, 강재는 약간의 돈이라도 두고 가려고 비디오 상자를 열자, 그 속에 죽은 파이란의 비디오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바닷가에서 경수가 찍어준 영상이었다. 살아서 보지 못한 파이란의 모습을 죽어서 영상으로나마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흐믓한 미소로 영상에 빠져 있는 사이, 강재는 용식이 보낸 킬러의 급습으로 목이 졸리게 된다. 파이란의 미소와 그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흐르는 가운데 강재의 숨도 끊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이 영화는 비극을 맞으며 끝이 난다.
3. 영화 파이란 후기 및 감상평
이 작품은 2001년 개봉 당시, 한달 먼저 개봉한 “친구”의 흥행 열풍에 밀려 서울 관객 22만명을 동원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그리고 여주인공 역할의 장백지는 한국어가 서툴러 제작진이 상당히 고생했다는 후일담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깊은 감성의 연기로, 홍콩배우 장백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배우 최민식의 연기는 물론, 공형진까지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로 열연하는 등, 최민식과의 캐미가 돋보였다. 특히 보스 역의 배우 손병호의 무서운 눈빛과 포악스런 연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명연기로 기억되고 있다.
최민식과 공형진의 풋풋했던 20여년전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며, 그 당시의 시대상 또한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영화이다. 각종 영화사이트의 평점을 봐도 최고 평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가슴먹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2021년에 재개봉된 것을 봐도,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 하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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