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교”
1. 영화 '은교' 배경 및 원작 소개
제자가 스승의 공적을 빼앗거나 반대로 스승이 제자의 연구 성과 등의 공적을 빼앗는 일이 종종 있어왔다. 이 영화는 이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작품에서 스승의 한 마디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필자의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은교(2012)”는 박범신의 소설을 기본으로 영화화한 멜로 로맨스 작품이다. 문학가로 인정받는 천재적인 노인 시인과 그의 제자 사이에서 은교라는 젊은 여학생을 두고 인간의 본능에 천착(穿鑿)한 이야기로 스승과 제자의 심리를 심도있게 파헤친 내용이다.
2. 영화 '은교' 줄거리 및 결말정보
문학가 ‘이적요(박해일)’는 넓은 정원이 있는 주택에 살면서 작가로 살아가고 있고, 그의 제자 ‘서지우(김무열)’가 문하생으로 스승의 일을 돕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호기심 가득한 ‘은교(김고은)’가 사다리를 타고 정원에 들어와 의자위에서 편하게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서지우는 이적요를 스승이상의 아버지로서 존경하며 항상 그를 알뜰히 보살펴 주는 충실한 제자로 등장한다.
은교가 들어오고부터 너무나 맑고 발랄한 은교의 모습에 이적요는 자신의 늙음에 대한 한탄이나 젊음에 대한 갈구와 욕망이 분출한다. 은교의 문신을 보고 신기해하던 이적요에게 은교가 그를 눕혀놓고 문신을 해주는 장면에서부터 앞으로 벌어질 사건의 복선을 알게 한다. 이적요에게 헌신적인 제자 서지우 역시 겉으론 스승을 지극히 모시는 모습이지만 내적으로 잠재된 그의 욕망은 스승보다 더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숨겨있다. 서지우의 이러한 모습이 이 영화의 도화선이 될 줄이야. 스승을 뛰어넘고 싶은 그의 욕망은 결국 스승에게 반하는 사건을 저지르게 되고 스승과의 갈등을 빚게 된다.
아직 미성년인 고등학생인 은교는 시인의 세계를 동경하는 싱그러움이 넘치는 열일곱 소녀로 이적요의 젊음에 대한 부러움, 질투의 대상으로 이적요에게 새로운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학생으로 등장한다. 이는 비를 맞은 교복차림으로 이적요의 집을 찾아간다거나, 해맑게 이적요의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거나 짧은 반바지 차림의 하얀 다리로 나풀나풀 마당을 뛰어다닌다거나 높은 유리창을 닦는 장면에서 충분히 이적요의 마음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욕망의 불씨가 된다. 맑은 하늘 싱그런 정원을 나풀거리고 뛰어다니는 은교의 모습은 싱그러움 그 자체이다. 그의 맑고 순수함을 보여주려는 듯 은교의 주변은 항상 햇살이 내리쬐는 장면이 많다.
이적요는 노인이라는 자신의 처지에 이런 은교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꽁꽁 숨기며 ‘은교’라는 글을 써서 미닫이 깊숙이 넣어둔다. 그러나 서재를 정리하던 중, 제자 서지우가 그 원고뭉치를 보면서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해 버림으로써 문학계는 새로운 신인의 훌륭한 작품에 놀라워하고 그의 스승 이적요는 자신의 작품임을 알면서도 이적요에 대한 감정을 외부로 노출시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이제 스승을 배신한 서지우는 70대가 된 스승에게 그 나이에 이런 작품을 내 놓을 수 있느냐며 협박성 발언을 하고 이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3. 영화 '은교' 감상평 및 후기
‘은교’라는 작품을 둘러싸고 이적요와 은교의 나이 차이를 두고 아동성애 및 로리타 증후군 영화라는 비난도 일지만, 이와 같은 분석들은 “은교”가 다양한 스팩트럼을 가진 작품이란 점에서 그만큼 훌륭한 작품이라는 반증의 표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극중에서 서지우는 미닫이 속에서 훔친 ‘은교’란 작품을 소설로 보기보다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물건 정도의 현실적인 편지글 정도로 받아들이며 스승을 배신하는 캐릭터이다. 스승의 천재적인 재능을 질투한 혈기왕성한 서지우. 서지우는 사제지간의 관계에서 윤리적인 배신을 했고, 이러한 아픔을 스승 이적요는 제자가 자신의 작품으로 문학상을 받는 자리이니 만큼, 어떤 말로도 수상소감을 말해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때문에 ‘젊었다고 상을 받는 게 아니고, 늙었다고 벌을 받는 게 아니다.’란 충고의 인사말로 대신한 것이다. 늙는다고 마음까지 노쇠한 것은 아님을 인정하지 않는 젊은 문학도에 대한 자질은 현 세태의 질주하는 젊은이들의 표상이며 작가는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의 대비로 이 소설을 발표하지는 않았을까 라는 빗나간 추축을 해 보는 건 지나친 억측일까.
‘나무위키’에 의하면 ‘은교는 대학생이 된 뒤에 찾아본 은교의 원작자가 이적요임을 깨닫고 이적요의 집으로 찾아가 그 사실을 고백하며 펑펑 운다.’라고 적혀있고, ‘원작에서는 이적요가 술병으로 사실상 자살을 하는 셈으로 끝나나 영화에서는 술에 절어있는 이적요가 자는 척 등을 돌리고 있다가 은교가 떠난 뒤 혼잣말로 작별인사를 한다.’고 적혀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이적요의 마지막 대사는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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