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1. 영화 '앙 단팥인생이야기' 소개
“앙: 단팥 인생이야기(2015)”는 ‘도리안 스케가와(ドリアン助川)’의 장편소설을 소재로 만든, 전통 단팥빵인 ‘도라야키(銅鑼焼)’를 파는 작은 가게에서 최고의 ‘팥소, 즉 ‘앙꼬(餡子)를 소재로 삼은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영화이다.
‘도라야키’의 ‘도라’는 쟁, ‘야키’는 굽다는 뜻으로, 밀가루 반죽을 동글납작하게 구워 그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든 일본식 과자를 말한다. 우리 속담에 “앙꼬 없는 찐빵”이란 말이 있다. 찐빵의 맛은 ‘앙꼬(팥소)’로 좌우되는데 앙꼬는 사물의 본체역할로 핵심인 셈이다.
때문에 이 영화의 소재가 되는 ‘앙꼬’는 주인공의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는 우리에게 주인공 할머니의 팥을 대하는 삶을 통해 삶을 대하는 정성과 믿음,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을 일깨워준다.
작품에는 도라야키 가게 주인인 ‘센타로(나가세 마사토시)가 등장한다. 그는 순간의 실수로 감옥에 다녀온 과거가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할머니 ‘도쿠에(기키기린)’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병에 걸려 세상과 격리된 삶을 살아온 아픔이 있고, 가난으로 외롭게 살아가는 소녀 와카나(우치다 카라)가 등장한다. 이렇게 영화는 70대, 40대, 20대라는 전 연령대의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당시 불황 속 빈곤을 겪고 있는 대상이 특정인만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써 영화의 배경이 버블붕괴시점인 1992년 이후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각자의 상처를 짊어진 이들은 서로를 말없이 어루만지며 위로하고 위로받는 치유의 대상이 된다.
2. 단팥인생이야기의 줄거리
어느 날, 도라야끼 가게에 자신의 몸도 건사하지 못할 정도의 할머니가 찾아오고, 우여곡절 끝에 할머니를 채용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에 뛸 듯이 기뻐하는 할머니. 할머니는 단팥을 만들 때 항상 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것은 “팥이 보아왔을 비 오는 날과 맑은 날들을 상상하는 일”로, 할머니가 읊는 팥과의 대화는 일흔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 사랑스럽다. 센타로는 할머니가 사물을 대하는 진심어린 마음에 감동하고 할머니의 손맛에 손님들은 줄을 잇는다.
한편, 단골소녀 와카나는 할머니의 구부러진 손을 보고, 엄마에게 병명을 알리는 실수를 하고, 소문은 빠르게 번져 건물주는 할머니를 내보낼 것을 요구하고 손님은 끊긴다. 이렇게 할머니는 떠나고, 와카나는 사장에게 자신이 했던 실수를 고백하며 함께 할머니를 찾아가기로 한다. 할머니를 찾아가는 길은 빽빽한 나무숲 사이를 통과해야만 했는데, 그곳은 ‘나병(癩病)’ 즉 ‘한센병(Hansen病)’환자들을 격리시킨 장소로, 이는 우리의 ‘소록도’를 연상케 한다. 그곳은 ‘코가 뭉그러지고 관절이 구부러진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의 대접을 받으며 비로소 할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할머니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다시 그곳을 두사람은 찾아간다.
3. 특별하지 않아도 살아갈 의미가 있는 '우리'
그곳에서 센터로와 와카나에게 남긴 할머니의 녹음기 속 음성을 듣게 되는데, 할머니는 처음 가게를 찾아갔을 때 센타로의 모습은, 자신이 이곳에 격리되면서 평생 담장 밖을 못 나간다고 생각했을 때의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말한다. 그리고 할머니의 방에는 온통 센타로와 와카나와 도라야키 사진으로 빼곡하다. 자신에게 아이를 낳을 자유도 주어지지 않았던 할머니는 이 두 사람을 자식같이 사랑했던 것이다.
“우리 사장님, 잊지 마.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서 세상을 듣기 위해서 태어났어. 그러므로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라는 할머니의 음성이 녹음기 속으로부터 들려온다.
우리 각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우리의 삶을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의미있고 특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다시 일을 시작한 센타로가 벚꽃놀이가 한창이 넓은 공원에서 힘차게 도라야키를 외치고 있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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