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Broker)”로 본 ‘베이비박스’의 실태
1. 한국의 베이비박스 사회 이슈
얼마 전 ‘특종세상’이란 프로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는 ‘이종락 목사의 가족이야기(562회, 2022.12.22.방영)’는 그 숭고함을 넘어 인간으로 태어나 참 인간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경종을 울린 프로였다. 필자 또한 내가 이런 상황에 처했었더라면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에 미쳤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당연한 일이라고 말로는, 글로는 표현할 수 있을지언정 절대로 한평생의 희생정신이 아니면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일이란 생각에 가슴 뭉클했다. 목사의 아내는 아이가 들어올 때마다 친자식처럼 돌봐야했다. 게다가 버려진 아이들 중에는 장애가 심한 아이도 있어 병원을 들락거리며 온갖 겪지 못할 일들로 부모 역할을 다해야 했고, 친딸의 출산일에도 참석하지 못할 정도의 바쁜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 결과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에 걸려 현재, 요양병원에서 치매를 앓고 있었다.
6.25 전쟁이후, 20만 명의 아이가 외국으로 보내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현재 한국의 발전상으로 볼 때 이제는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나 싶었지만 여전히 베이비박스가 존재하는 한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기초생활자들의 사각지대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 사회빈부격차의 한 단면을 방증(傍證)하고 있다. 이런 사회의 밑바닥 실태를 가장 잘 고발하고 있는 감독이 바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이다.
2. 한국최초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삭작품 영화 '브로커'
일본의 유명한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의 문제들을 영화로 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어느 가족(万引き)”이란 영화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그 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등의 작품들로도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감독이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 “브로커(2022.06)” 역시, 가족의 문제들을 담은 ‘베이비 박스’와 관련된 내용이다. 이 영화는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에서 처음 촬영하고 연출한 것으로 배우 송강호가 한국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한 작품인 만큼 연기는 물론, 내용상으로도 우리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두운 밤, 젊은 여자가 아이를 안고 교회의 ‘베이비박스’ 앞에 선다. 그녀는 아이를 박스 안이 아닌, 차가운 바닥에 내려놓고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차 안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영). 수진은 차에서 내려 아이를 베이비박스 안에 넣는다. 그러나 생각이 바뀐 소영(이지은)은 다시 아이를 찾으러 가보지만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교회에 아이는 없다. 이미 그곳에 근무하는 보육원 출신 동수(강동원)가 브로커 상현(송강호)에게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 된 소영은 상현과 만나게 되고, 상현은 어차피 키우지 못할 것이라면 좋은 부모를 찾아주고 싶었다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이에 소영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그들과 합세해 봉고차 하나에 몸을 싣고 부산, 울진, 강릉, 월미도, 서울, 롯데월드 등 아이를 맡아줄 적임자를 찾아 나선다. 이렇게 만난 봉고차 멤버들은 고가에 아이를 팔기위해 전국을 헤매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에서 각자가 짊어진 고민과 아픔을 알게 된다. 갓난아이에게 노출된 봉고차 안이라는 열악한 환경에 아이는 고열이 나기도 하지만, 경찰에 발각될 위기 속에서 병원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영은 아이를 버린다는 모정에서 우러나는 양심의 가책과, 좋은 부모에게 위탁한다는 명목으로 고액을 챙기면서까지 아이를 넘긴다는 양가적 감정이 그녀를 괴롭힌다.
3. 우리 주변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
고레에다 감독의 가족영화 작품은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가족’이란 화두를 끌어냄으로써 사회 밑바닥 사각지대의 생활상을 잘 그려내고 있다. 한국의 영화 '브로커'는 각기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뤄 봉고차를 타고 아이를 입양시킨다는 즉, 뒤 팔아넘기려는 브로커와 아이의 엄마, 그 뒤를 쫓는 형사, 이들이 느끼는 각자의 심리를 섬세히 녹여내며 사회 속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브로커”와 같이 올 한해도 따스한 눈으로 우리 곁을 살펴보는 매체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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