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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정희의 영화 '시'에 나타난 알츠하이머, 줄거리 및 결말정보

by yjspace 2023. 2. 12.

영화 “시(詩)”에 나타난 알츠하이머

 

출처:  다음

1. 인생을 시처럼 살다간 영화배우 윤정희

  영화배우 윤정희(손미자)씨가 얼마 전(2023,01.20), 향년 79세의 나이로 프랑스 파리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고상한 이미지로 화면에 등장했던 그녀에게 닥친 알츠하이머 투병사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했다. 더구나 병환 중에 가족들과의 불화설이 있었기에 그녀의 마지막 생의 애석함이 더해지면서, 2010년 그녀가 출연한 ‘이창동 감독’의 “시(詩)”가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작품의 내용 역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여 주인공(윤정희)이 기억을 붙잡기 위해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메모하고 글을 써간다는 이야기는 당시 윤정희 배우의 상황과 닮아있다. 그녀 역시 ‘시’ 촬영 당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으면서 극중 알츠하이머 투병중인 ‘미자’역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는 치매를 앓아가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名詞’, 그 다음 ‘動詞’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의 대사는 길치에 가까운 필자에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문장으로 남아있다. 또한 작품에는 실제 ‘김용택 시인’이 등장하고 있어 더욱 친근하다.

 

2. 영화 '시' 줄거리 및 결말정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강가를 낀 어느 작은 마을. 졸졸 흐르는 청량한 물소리와 아이들의 말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는 아름다운 시골의 모습이다. 그리고 여자아이(희진)의 시체가 떠오르고 옆에 ‘시’라는 글자가 보이며 영화는 시작된다. 화면은 다시 어느 병원 대기실로 바뀌고, 양미자(윤정희)를 부르는 간호사의 안내로 의사와 마주한 미자는 의사에게 팔 저림을 호소하지만 그녀의 말 속에서 의사는 수상함을 포착한다. 그의 나이 66세. 의사는 팔 저림보다 단어를 잊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하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미자는 병원을 나오면서 자식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건강이 평균치 이상임을 자랑한다.

 

  그녀는 서민 아파트에 이혼한 딸이 떠맡긴 중학생 외손자와 단 둘이 생활하며, 중풍에 걸린 회장 할아버지의 간병일을 하며 근근이 생활한다. 하지만 항상 하얀 모자를 쓰고 예쁜 옷을 좋아하고 가끔은 엉뚱한 질문을 해는 캐릭터로 나이에 비해 들국화 같이 맑고 순수한 가녀린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시를 배우려 마을 문화원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시인 김용탁(김용택)의 강의를 듣게 된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잘 보는 것’. 그녀는 모든 사물에 주의를 기울이고 아름다움을 찾으려 노력하는데, 마치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한 주인공. 하지만 미자의 모습은 치매 초기의 전조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작품 초반에 떠오른 시체는 중학생 외손자와 친구들의 집단 성폭행으로 인한 자살한 여학생이었고, 미자는 이 과정에서 죽은 여학생의 모습을 회상하며, 아끼던 외손자에 대한 실망감과 죄책감에 이어 가해자 가족이 되어버린 자신의 복잡한 심정. 이 속에서 시상(詩想)을 찾아야 한다는 혼란을 겪는다. 처음에 그녀가 ‘시상’을 찾았던 곳은 아름답고 깨끗한 것이었으나, 손자의 일로 가족의 죄를 인정하고부터는 세상의 더러움과 가족의 치부를 느끼고 이에 속죄하는 것으로 시상을 찾게 된다. 이는 김용탁 시인의 “시상은 스스로 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찾아야 하는 것”이라는 말에 기인한다. 결국, 그녀는 손자를 경찰에 신고하고 죽은 여학생을 향한 속죄의 뜻이 담긴 시를 써내려 간다.

 

출처:  다음

3. 나를 잃어버리게 되는 가장 무서운 알츠하이머

  이렇게 이 영화는 책임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아이들, 가해자 부모들의 개념 없는 행동들을 질책하며 치매를 앓는 미자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책임지는 롤 모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는 떠났지만 작품 속 주인공으로 그녀를 만나면서 대사 하나하나가 ‘시’가 되어 따스하게 전달되는 가운데, 알츠하이머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알츠하이머가 찾아오게 되는 순간 나를 잃어버리게 되며 내가 어디있는지 찾을수 없다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인것 같다. 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되면 그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무엇을 보고 느끼며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기억은 잃더라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양심은 오히려 또렷하게 남아 더 맑은 마음을 소유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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